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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신이 재밌게 사는법/깜신의 영화 & 책방

인터넷 난독증이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군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네티즌들에게 고함
: 이 글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평소 한 번이라도 난독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혹시, 이 짧은 글도 끝까지 읽지 못하실까 걱정되어 먼저 말씀 전합니다. ^^; 
(이 글은 저자(외국 분이라서 알기도 어렵겠지만..)나 출판사와의 어떠한 관계도 없이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생각하지않는사람들인터넷이우리의뇌구조를바꾸고있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지은이 니콜라스 카 (청림출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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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리어댑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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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ming In The iPool by JD Hancock 저작자 표시
 

 학창시절에는 빌 게이츠를 가장 존경했고, 아이폰과 맥북을 접한 이후로는 스티브 잡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아이폰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그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수십 년간 기다려왔던 바로 그런 기계였으니까. 컴퓨터가 책상 하나를 가득 채우던 시절에서 이제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멋진 세상이 열린 거다. 기대했던 것만큼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나에게 멋진 세상을 열어주었다. 몇 년 전부터 들고 다니던 다이어리는 스마트폰용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었고, 글을 쓰다 궁금한 게 떠오르면 도서관을 찾는 대신 언제 어디서나 3G 인터넷망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었다. 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이제까지보다 더 큰 통찰력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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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효율이 올라가면 삶이 더 여유로워질 거라 믿었던 나의 기대와는 반대로, 나는 온종일 내게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랴 혼비백산 하루를 살았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트위터의 알람은 끊임없이 쏟아졌고, 흥미를 끄는 링크를 클릭이라도 하게 되면 결국, 다시 글 쓰는 작업으로 돌아오는데 족히 2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나의 부족한 집중력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또 반전이다
.

 이런 현상이 나만의 문제도, 꼭 집어 집중력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 문제에 대해 나보다 더 심각히 고민하고 인터넷이 안 되는 시골 마을까지 도망가 문제의 해답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사람도 있었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다. 책에서 그는 인터넷에 사로잡혀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운을 뗀다. 글이 가득한 웹페이지를 20초 만에 읽고(아니, 읽었다 자평하고),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다 처음 읽던 페이지를 잃어버리고, 암기는 이제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나에게 딱 맞아떨어진다. 정말 섬뜩하게도 말이다. 이런 내게 그는 많은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같은 시간 동안 더 적은 페이지를 읽는 게 실제로 더 많은 단어를 읽는 요령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 단어들이 흘러넘치지 않고 우리의 머리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유기적인 결합을 이루어낼 때 우리의 사고가 좀 더 인간적이고 고차원적으로 진화한다는 논리 근거를 제시한다. 중노동자가 자신의 삽을 굴착기로 대신했을 때 팔 근육이 약해졌던 것처럼, 사고의 업무를 컴퓨터에 아웃소싱한 뒤 뇌의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며, 진보가 아닌 문화적 퇴보라는 것이다.

 

 라마의 사파리 알스타 만년필

라마의 사파리 알스타 만년필 by 세릭 저작자 표시비영리

 나는 이 책을 모두 읽고, 그동안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만년필과 수첩을 도루 꺼내 들었다. 그리고 책과 노트만이 올려져 있는 책상에서 너무도 여유롭게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충격은 아이폰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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