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그 속의 진심/의사가 본 병원이야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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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진료, 대책은 없다.
#467546157 / gettyimages.com 요즘 나의 진료 예약 스케쥴은 환자 한 명당 5분 간격이다. 오전, 오후 진료 한 타임이 4시간이니까, 5분 간격으로 화장실로 다녀오지 않고 환자를 본다면 4시간에 48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말이 5분이지, 초진 환자의 경우 죽었다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깨어나도 5분 안에 진료를 마치기가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재진 환자는 더 짧게 봐야 하는 시스템이다. 대학교수인 내가 신작 영화 '카트'의 감독 인터뷰에서 화장실 갈 틈이 없어 방광염에 걸리는 마트 직원 이야기를 들으며 동료애를 느꼈다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증상이 복잡한 환자를 진찰하느라, 진료가 20분 가까이 길어지면, 어느새 밖에는 3명 이상의 환자가 대기한다. 마지막 환..
2014.11.15 -
의사는 공공재다?!
이번 주말 심야토론 혹시 보신 분들 계신가요? 내 생각에는 본방 시청자 중 7할은 의사라는 데 한 표. 왜냐? 정작 비의료인들은 의료 정책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 와중에 신현호 변호사의 한 마디가 페친 의사들 사이에서 화제. 그의 한수 "의사는 공공재다. 나라에서 대준 돈으로 공부해서 의사 된 거 아니냐. 그러니 의사도, 병의원도 공공재다.” 앞에 앉아 있던 윤용선 대한의원협회회장 "저는 정부에서 돈 한 푼 받은 적 없는데요?! 제 돈으로 의대 다니고, 제 돈으로 병원 차렸는데, 무슨 이야깁니까!” 변호사 입에서 저런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당연히, 페북 의사들 사이에선 걸쭉한 입담이 이어지고. "그럼,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한 너는 공공재 아니냐!!’ 그래도 사시 패쑤한 당신이라면, 공공재 이야기는 실수..
2012.06.04 -
소신진료가 불법진료 되는 의료 현장
깜신은 변방의 한 의사입니다. 소통을 통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면, 잘난 법 없이도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질거라 믿는 몽상가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깜신이 바라본 병원이야기] 글을 썼습니다. 이런 글을 쓸 때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댓글도 더 신경이 쓰이고요. 그래서 둘째녀석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던 몇 달간은 시사적인 글은 아예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 글도 나름 환자와 의사 중립에 서보려 노력하였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000.000 Gates by Sprengben 내게 치료받는 암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어쩌면, 생의 마지막 치료를 나에게 받고 있는지 모른다. 암 선고를 받은 모든 환자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다음이라는 기회..
2010.04.28 -
비싼 병원, 싼 병원 도대체 그 차이는?
깜신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의사가 말하는 병원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얼마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암 등 38가지 수술에 대한 병원별 진료비와 입원일수를 홈페이지에 공표하였습니다. 똑같은 진단명에 똑같은 수술을 했음에도 크게는 몇 백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입원비에 많은 환자분들이 여러 심정으로 그 뉴스를 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학병원 관계자들 또한, 대서특필된 관련 뉴스에 아침 새벽녘부터 혼이 쏙 빠졌을 겁니다. 특히나 입원비가 비싸다고 직접 거론된 대학병원들에서는 난리가 났겠죠. 깜신은 오늘도 의료실정에 대해 좀 더 아는 한 사람으로써 중립에 서보려 합니다. (현재 저는 비싼 대학병원에도 싼 대학병원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니, 나름 가운데 서기 용이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심평원의 병원별 입원비..
2010.02.17 -
이비인후과약 독하다는데, 그 진실은??
들어가는 글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많은 분들을 만나다보면, 이비인후과약에 대한 여러 편견을 접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이비인후과약이 타 진료과약에 비해 약발이 좋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이비인후과약이 독하다는 거다. 어쨌거나, 이비인후과약이 좀 쎈 편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그 속얘기를 해볼까한다. 첫번째 편견 : 이비인후과약이 타 진료과약에 비해 약발이 좋다는데.. 이비인후과 입장에서야 반가워할 일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사실 무근이다. 한 건물에 이비인후과, 소아과, 내과가 함께 있다고 해보자. 어느과에서 감기약을 지어도 똑같은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약국이 같은데, 이비인후과만 좋은 약을 골라 처방할 리 없다. 그래도 어쨌든 내 ..
2009.12.18 -
진료실에서 만난 감기약에 항생제 꼭 넣어달라는 환자
의사 깜신입니다. 오늘은 감기약 처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의 과다처방이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의료일선에서 이미 항생제 오남용 방지 및 적정처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모이기 시작한지 오래되었습니다. 필자 또한, 적정처방을 위해 무척 애쓰고 있는 1인입니다. 그런데, 적정처방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예상밖의 경우에 의외로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일선에서 경험한 '예상밖의 경우'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눠보려합니다. 그 이야기 첫번째는, 환자분들이 항생제 처방을 매우 좋아한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난히 항생제 오남용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바쁜 진료속에서도 환자들에게 꼭 설명을 하게 됩니다. "환자분 상태는 단순감기로 보여서, 제가 오늘 처방해드리는 약에는 항생제가 들어있지..
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