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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신이 재밌게 사는법/깜신의 영화 & 책방

[서평] 리딩으로 리드하라. (인문고전. 포기할 것인가, 한 번 더 도전할 것인가. )

 



 책은 크게 둘로 나뉜다
. 재미난 책과 재미없는 책. 재미난 책은 당연히 재미있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비슷한 부류의 다른 책을 또 찾게 한다. 그에 반해 재미없는 책도 있다. 우선, 문장이 난해해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읽다 졸기 일쑤고,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를테면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누구나 재미난 책에 손이 쉽게 간다. 나 또한, 구매하는 책의 90% 이상이 쉽게 읽히는 책들이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최근에는 인문학 장르의 책들도 쉽고 재미있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지독히도 어렵기만 한 인문고전을 다시 한 번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는 아마 한 달에 두세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내가 인문고전 독서를 고민하는 까닭을 솔직한 마음으로 고백해보면 나는 인문고전도 읽은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은 인문학에 대한 허영심이 출발점인 듯싶다. 범접하기 힘든 인문고전의 한 줄을 멋지게 인용하거나, 더 나아가 인문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잘난 척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내 안에 숨어 있다. 그런데 인문고전이란 이런 세속적인 욕심만으로는 절대 완독에 성공할 수 없다. 그 길이 너무 험난해서 노력대비 성과가 늘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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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수차례 인문고전을 중도에 포기했다. 누군가는 끝에 가 닿지 못하더라도 간 만큼은 얻지 않았느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완주하지 못한 길은 가다 돌아온 만큼 인생의 낭비라 생각하는 통에, 인문고전을 아예 내 인생에서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또 한차례 도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 책을 접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 책은 수요가 점점 줄어가는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교육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저자 자신이 인문고전 독서를 하면서 경험했던 기억을 상세히 적고 있다. 본인에게도 지독히 힘들었던 인문고전 독서의 아픈 추억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인문고전에 대한 접근법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현대인들을 위한 인문고전 추천 목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인문고전에서 자꾸 멀어져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고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문고전 독서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 아닌, 천재와 조우하는 황홀한 데이트일 수 있다는 시점의 변환은 나에게 고전 한 권을 바로 구매하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의 구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된 본문 중 세 장(1, 2, 3)을 인문고전 독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페이지 수로 보자면, 에필로그와 부록을 제외한 본문 청 289페이지 중 188페이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체 분량의 3분의 2를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볼품없는 제품을 현란한 말솜씨로 현혹해서 판매하려는 홈쇼핑 호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당위성에 대한 근거가 또 대부분 간접 사례뿐이라는 점도 아쉽다. 훌륭한 위인들이 인문고전을 읽었다는 점이 인문고전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비약이 심하다. 노벨 수상자를 예순여덟 명 배출한 시카고 대학의 교수법을 인문고전 독서만으로 설명하는 것도 무리스럽다. 인문고전 독서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승자가 되는 법(, 부자가 되는 법)인 양 소개하는 3장은 도저히 읽을 수 없어 건너뛰어야 했다. 우리 모두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지만, 인문고전마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소개하는 저자의 의중은 인문고전을 십수 년 넘게 읽었다는 그가 해야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 싶다.

 

비록, 이 같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인문고전 독서의 방법을 소개하고, 특히 인문고전 독서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 해설서가 아닌 원전의 추천 목록을 제시한 부분은 참으로 고맙다. 나 또한 그가 권한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용했던 이어령 씨의 이야기를 나 또한 반복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나는 내가 지닌 독창성과 상상력의 원천은 어려운 책들을 읽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끊임없이 메우려는 거에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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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지성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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