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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신이 재밌게 사는법/깜신의 영화 & 책방

악마를 보았다, 폭력성 너무 끔찍



저는 스릴러와 호러 영화를 즐겨보는 영화팬입니다. 도대체 그런 걸 왜 보냐는 아내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도 ‘악마를 보았다.’를 예매했죠. 이병헌과 최민식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김지운 감독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지운 감독이 지금껏 보여주었던 행보에 항상 손뼉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그의 예전 작품들,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놈·놈·놈 모두 인상 깊게 보아왔습니다. 매번 다른 장르의 영화를 선보였음에도, 평생 동일 장르의 작품만을 연출한 듯한 높은 완성도는 김지운 감독의 역량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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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악마를 보았다, 에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호러 영화에서는 호러를(장화·홍련), 느와르 영화에서는 제대로 된 느와르를(달콤한 인생) 보여주었던 그가 겨우 영화 한 편 속에서 길을 잃은 느낌입니다. 호러영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감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렇다고 느와르 장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호러 장면들 때문이죠. 결국, 영화는 호러와 스릴러의 중간에서 길을 헤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구태여 ‘리얼리즘을 표방한 비현실주의’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모호한 장르 선택이라는 이유로 폄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이와 같은 장르의 이중성이 가지는 유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호러영화에서는 팔이 잘린 사람이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사방팔방에 피칠을 하고 다녀도 상대적으로 유해성은 크지 않습니다. 호러 장르의 특성상 관람객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또 하나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여놨다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현실 세계로 복귀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현실감에 무게를 둔 영화에서 등장하는 몇 개의 짧은 호러 장면입니다. 관객들은 혼돈에 빠지기 쉽습니다. 현실과 영화 속 장면이 오버랩 되어 기억 속에 저장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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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내용 중에는 수현(이병헌)이 경철(최민식)을 구타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첫 번째 결투에서도 수현은 경철의 머리를 돌 위에 내리찍어 마무리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경철은 그 다음 날 숙취에서 방금 깬 사람 마냥 조금은 힘들어하지만, 곧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용맹무쌍함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수현과 경철의 결투 씬(Scene)에서도 수현은 매번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가합니다. 그럼에도, 경철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명료한 의식상태를 보여주며 수현을 조롱하려 듭니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요? 아마 현실 같았으면, 첫 번째 결투에서 이미 경철은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거나 신경외과 중환자실 신세가 되었을 겁니다. 말을 하기는커녕 의식불명으로 사경을 헤맸을 가능성이 훨씬 크죠. 사람은 생각보다 구타에 한없이 약합니다. 공연장에서 의도하지 않은 발길질에도 죽어나가는 게 사람입니다.


 

이와 같은 영화는 보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줍니다. 사람의 구타에 대한 저항성이 저 정도는 될 거야, 라는 잘못된 오해가 무의식에 자리 잡는 겁니다. 무의식은 수면 아래의 의식이어서 평소엔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다 싸움 등으로 의식의 힘이 약해지면 무의식이 행동을 주관합니다.

‘그래, 좀 더 세게 때려. 그래 봤자, 죽기야 하겠어?! 사람은 여간해서 죽지 않아. 고통을 주려면 좀 더 세게 때려야 해!’


의도하지 않은 살인의 빌미는 어쩌면 2시간 남짓의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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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흉악한 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높이고,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 테지만,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아쉽다는 생각에 두서없는 영화평을 써봅니다.


 

추) 성인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라고 하지만, 불법다운로드가 근절되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까지 이야기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건강할 그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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