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병원이야기 1탄 - 응급실 이야기편-

2009. 9. 16. 09:44잡담...그 속의 진심/의사가 본 병원이야기


나 또한 의사다. 물론, 나 또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현 의료실태를 양면에서 바라 본 내 시각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그 첫번째 이야기가 '응급실은 가지마라'다.

응급실은 가지말자.
응급실은 쓸데없이 너무 비싼 의료비를 지출해야하는 곳이다.
외래진료와 비교했을 때 좋은 건 딱하나!
빠른 접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접수만 빨리 해준다 뿐이지, 외래보다 훨씬 불친절하고 접수이후의 진행상황이 느려터지긴 마찬가지다.
거기에 기본검사랍시고, 왠만한 피검사와 X-ray 검사는 필수다.
좀 더 아프다 할라치면, CT든 MRI든 찍어댄다.
















이미지 출처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1984884 입니다.

이 사진의 저작권은 매일경제 신문에 있습니다.
사진과 본 블로그의 내용은 무관합니다.



왜 그럴까? 환자를 '봉'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정말 그럴까? 응급실로 온 환자는 '봉'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이 검사, 저 검사 막 해대는 걸까?
정말 그 검사들이 모두 필요한 걸까?
예전에는 이런 검사들 없이도 치료하지는 않았나?
이런 여러가지 궁금증이 있을 만도 하다.


현대 의사는 어떻게 진단할까?
의사들의 진단과정에 대해서 잠시 들여다 보기로하자.
진찰과정의 첫번째는 문진이다.
즉, 증상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어디가 아프세요? 언제부터요? 얼마나 아프시죠? 등등)
그다음은 이학적 검사다. 진찰이라고도 하며, 이는 의사가 직접 손과 귀로 환자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문진에 의한 소견과 진찰에 의한 소견이 일치하는 경우
별다른 추가 검사 없이도 의심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외래환자의 경우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문진과 진찰소견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문진내용보다 진찰소견이 덜 심해보이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진찰소견이 더 심해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응급실의 경우는 왜 항상 검사가 필요해지는 걸까?


응급실에는 몇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문진에서의 표현과 무관하게 증상의 정도를 높게 해석하게 된다.
그 이면에는 씁쓸한(?) 내막이 있다.


두통을 예로 들어보자.
두통은 누구나가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통증 중 하나다.
누구나 알다시피, 꼭 뇌에 암이나, 뇌출혈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두통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두통은 비특이적 증상이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질환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특이적이지 못한 증상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응급실에 내원한 두통환자들의 진단에 의사들은 어느 쪽에 힘을 심을까?
   그냥 평범한 두통(너나 나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그런 두통말이다..) 아니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두통 (정말 드문 질환이지만, 진단이 늦으면 죽기도 하는 병이다..)


이제 내막에 대해 얘기해보자..
응급실에 내원한 평범한 두통환자에게 혹시 뇌출혈등의 기타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은 경우
   ---> 누구도 별로 시비하지 않는다.

응급실에 내원한 뇌동맥류 파열 환자에게 외래에서 하듯이 우선은 평범한 두통일 가능성이  가장 크니
약물치료하며 경과보자고 설명하고 투약만 처방한 경우
   ---> 만에 하나, 이런 경우라면 의사는 독박이다. (그 처절한 응징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당신이 의사라면 당신의 결정은?
...


자... 이제 당신의 선택은??
응급실은 정말 꼭 필요한 때 가야한다.

그래야 정말 치료가 급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현실 앞에선 환자도 의사도 약자 일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돌파구를 모색하여햐 할 때이다.






지금까지 깜신이었습니다.
 




후기>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 주셨네요..
동료의사분들의 우려어린 말씀도 고개숙여 경청했습니다.
제 글 주변이 짧다보니, 격양된 어조의 문장이 오해의 소지가 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반인분들이 달아주신 답변들을 읽다보니
현 의료실태에 대한 불만어린 답글도 있는 반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신 분들도 상당수 되시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입니다.

답글을 모두 달아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말씀구합니다.
오히려 많은 글들이 더 큰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가 걱정되어,
윗글에 대한 답변은 쓰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더 고민하고 준비하여 다음 글로 여러분들과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