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많이 편찮으시다.


장모님은 의약분업 전 관절염의 특효약이라며 스테로이드를 퍼주는 약국에 십 년을 넘게 다니셨다. 

그 후유증으로 이제는 스테로이드가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신다. 

스테로이드가 없으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테로이드 용량을 조금씩 올리다 보면 

작은 상처도 낫지 않아,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찬다. 


지지난번에는 손가락 한 마디를 절단하셨고, 

지난번엔 윗니를 모두 뽑으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장에 고름이 찼다. 

2주 넘게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고 조금 호전되는 것 같아 퇴원하신지 일주일.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어제부터 다시 열이 난다. 

열이 난다는 건 우리 몸 어딘가에 염증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sign)다.

 

결국, 오늘 다시 병원에 오셔서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창을 띄워보는데, 결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과가 숫자로만 보일 뿐, 이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 머리에서 해석이 되지 않는다. 

다시 입원해서 항생제를 써야 할지, 

2주 사이에 2번이나 찍은 CT를 한 번 더 찍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행히 선배인 담당 교수가 내일 CT를 찍어본 뒤 입원할지 결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사위가 의사지만, 장모님 병 앞에서는 그저 속수무책인 보호자일 뿐이다.   


병이 무섭다. 

쉽게 이길 수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섭다. 

그래서 나의 무의식이 내가 배운 의학 지식을 밀어내는 모양이다. 

그냥 의학을 모르는 보호자가 되어, 

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교수님의 소견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