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0. 06:00ㆍ온 국민 건강프로젝트/깜신의 컨슈머리포트
by dongga BS |
커피믹스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던 동서식품에 남양유업이 도전장을 내민 게, 이 재미난 뉴스의 시작이지요. 동서식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남양유업의 승부수는 식품첨가제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사용했다는 광고 마케팅이었습니다. 우유 전문 업체가 커피 믹스 시장에 뛰어들며 꺼낸 카드로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카제인이 우유의 기본 성분이라는 걸 알고 있던 저도 그 광고문구에 솔깃했으니까요. 실제로 카제인은 이름이 뭔가 몸에 안 좋은 합성 첨가제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요, 하지만, 엄연히 우유의 주요 구성(80%) 성분입니다.
Pure Milk by luvi |
그러니,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광고 카피는 말장난에 불과한 겁니다. 우유의 주요 구성 성분(카제인) 대신 우유를 넣었다고 광고한 격이니까요.
동서식품이 발칵 뒤집어 진 건 당연합니다. 말도 되지 않는 마케팅 수법으로 혼자 독식하던 시장을 빼앗기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남양유업은 출시 1년 만에 전체 커피믹스 시장의 10% 수준(지난해 기준)까지 잠식합니다. 깜짝 놀란, 동서식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뛰어가 하소연한 건 당연하죠.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남양유업에 허위광고 시정명령을 했고요. 남양유업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을 빼고’라는 광고문구에서 ‘카제인나트륨 대신’이라는 꼼수를 부리며 광고를 이어갑니다.
보다 못한, 동서식품이 독한 엿배틀을 날립니다.
자기네도 카제인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며, 신제품을 출시한 겁니다. ‘맥심 화이트골드’라는 상품입니다. 우유 광고 모델이었던 김연아 선수를 자사 커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말이죠. 결국, 카제인이 건강에 해로운 게 아니라는 해명만으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없다면, 자기네도 그냥 말장난에 합류하겠다는 겁니다. 남양유업처럼 ‘우유(카제인) 대신 우유 넣었다.’라고 되지도 않는 광고를 따라 하면서요.
그런데 더 웃긴 건 똥 뭉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이번 형국입니다.
동서식품의 ‘맥심 화이트골드’ 광고에 이번에는 남양유업이 딴지를 걸고 나섰습니다. 카제인 대신 무지방우유를 사용했다고 했지만, 동서식품 커피믹스에 1.4%가량의 카제인이 들어 있으니 허위 광고라며 해명을 요구한 겁니다.
gather 'round kids, it's story time! by aye_shamus |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 제가 보기에 동서식품의 예전 커피믹스가 그리 몸에 해로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남양유업의 신제품이 건강상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이번에 동서식품의 신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인 우리에게 별반 해로울 게 없는 이야기니, 그냥 지나칠 만도 한데, 제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이번에는 자기들끼리의 영업전에 사용되었지만, 카제인을 활용한 마케팅 수법이 평소 소비자를 우롱하며 가격을 올리던 식품제조회사의 횡포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몸에 해로운 000를 뺐습니다.’
제조 식품의 가격을 올릴 때마다 늘 봐오던 광고문구가 아니던가 말이죠. 마트 코너에 즐비하게 늘어선 온갖 프리미엄 (또는 명품 급) 상품들은 모두 그런 식의 탄생비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성분은 이런 이유로 해로워서 저희가 엄청난 연구 비용을 투자해 신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송구하지만, 연구개발에 따른 가격 상승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그 모든 성분이 우리 몸에 해롭긴 했던 걸까요? 그저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는 아니었을까요? 소비자단체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고급 상품이고, 가격이 왜 이렇게나 올라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바로 이런 연유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프리미엄급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화두이기도 하고요.
끝으로, 카제인이 몸에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서 보도한 내용 전문을 옮깁니다.
“커피믹스에 사용되는 카제인의 안전성을 밝힌다”
카제인은 우유로부터 얻어지는 우유단백질의 하나로 전체 성분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유청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우유 중의 카제인 단백질 성분만을 분리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우유에 젖산균 발효 또는 산을 넣어서 산성도를 높여 카제인을 분리하여 건조 후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카제인은 유화제, 영양강화제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치즈, 커피크리머, 분유 등의 원료로 쓰이는데 커피믹스에 카제인을 넣는 이유는 식물성 야자유가 주성분인 식물성 크림에 풍미를 더하고 단백질공급원으로 함유되며 또한 물과 식물성 유지를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잘 섞여 있도록 도와주는 유화제 역할을 한다.
카제인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식품첨가물로 분류되어 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 및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는 일반식품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FAO/WHO 산하 Codex에서도 카제인 및 카제인나트륨을 ‘Milk powder and cream powder (plain)’에 포함하여 ‘Food category’로 분류하고 있다. 카제인을 식품첨가물로 분류한 우리나라에서 조차, 이의 사용기준은 사용량 및 사용대상 식품에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한 식품 원료 중의 하나이다.
카제인은 일일섭취허용량인 ADI(Acceptable Daily Intake)값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안전한 원료이다.
카제인은 미국 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 목록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지정되어 있고 유럽, 호주/뉴질랜드 등에도 우유단백질과 관련한 독성 평가자료나 위해 자료가 없는 매우 안전한 식품원료이다.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은 아미노산 균형 및 높은 소화 흡수율 등 영양학적 가치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리활성 기능을 가지는 펩타이드 공급원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이용되는 등 그 식품 산업적 가치 또한 높다. 대표적인 예로는 유청단백 가수분해물과 카제인을 이용한 카제인가수분해물, 카제인 포스포펩타이드 형태로 건강기능식품, 분유 및 이유식, 식사대용 음료 및 스포츠음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천연상태의 우유 중 대표적인 성분들인 카제인이나 카제인 나트륨을 사용한 커피크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소비자들의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무지방우유에 들어있는 주요 성분인 카제인을 순수 분리하여 동일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크리머에 사용한 원료인 카제인은, 카제인 나트륨, 카제인을 원료로 한 기능성 단백질 등과 함께 그 안전성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므로 단순히 ‘식품이냐 식품첨가물이냐’ 하는 분류상의 논쟁으로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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