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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당 문장잇기 단편소설 1화



이 글은 제가 당주로 활동하고 있는 트위터 사용자 모임 (예비작가당, #prewriter)에서 얼마 전  시도했던 문장 잇기 단편소설의 첫째 날 분량입니다.





예비작가당 문장잇기 단편소설 1화 :: AM 6:50 - 맞춰놓은 시계보다 10분 일찍 눈이 떠졌다. 덕분에 시계의 치근거림을 피했다. 침대 옆 거울에 비춰본 내 얼굴이 꽤 괜찮다. 이런 날은 괜스레 하루 시작이 가볍다. 부스럭거리며 침대를 나서 커튼을 젖혀본다. 아직 새벽의 기운이 채 가시진 않았지만 오늘 하루가 맑을 것이란 기대감을 포근히 안은 그런 날씨다. 슬슬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오늘은 조금 이른 준비가 필요하니까. 이 번잡한 도시에서 결코 그럴일이 없음을 알면서도 아침의 찬 공기는 왠지 모르게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런 기분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커피대신 은은한 향이 풍기는 허브차에 손을 뻗고 싶어진다. 멈칫ㅡ. 밤새 차가워진 커피포트를 향하여 살며시 손을 내밀려다가, 그만둔다. 머릿속으로 문득 스쳐나가는 기억-.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뿌옇게 쌓인 먼지 위로, 희미한 손자국이 남는다. 꿈...? 아니다. 시계가 살며시 돌아가고 있었다. 째깍째깍 바늘소리와ㅡ. 두근거리는 심장도, 그에 따라 발걸음을 맞춘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창문 밖으론, 옅은 안개가 서서히 지나갔다. 무언가 조금씩 사라진다. 사라지고 있었다. 그 사라지는 공간 속으로 나는 들어간다. 서서히 뻗느 손가락 사이에 감촉이 닿는다. 물컹거리는 그 무언가가... "헉... " 그는 가쁜 손을 몰아쉬고 있었다. 생생한 그 무언가.. 벌써 3개월째다. 그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본다. 커피포트는 여전히 차갑게 놓여있다. 알수없는 일이다. 상쾌함은 공포로 바뀌고 그 공포는 또 다시 거짓이된다. 막연한 찝찝함을 두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문을 열자 느꼈었던 찬공기가 낮설다. 그런던 중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안기자 였다. 그가 전화를 하는 일은 심상치 않은 일 뿐이였다. "선생님, 지난 밤에 저에게 해 주신 이야기 기억나십니까?" 안기자의 물음에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며칠전 회사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안기자가 내 앞에 앉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지?' "그 왜 있잖습니까, 선생님 집 뒷뜰에 있는 나무에 사는 정령 이야기 말입니다." 아아, 엊그제의 난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안기자의 목소리가 슬금슬금 희미해져갔다. 조금 있다 다시 전화 줌세. 달칵, 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는데 도저히 안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은 없다. 머리가 깨어질듯 아파졌다. 우리 집의 뒷뜰에는 내가 스무살 적에 심은 작은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사과나무 이야기였던가. 아니면, 나의 집 뒷산에 있는 작은 산책로의 나무들 얘기들이였던가. 마치 안개 낀 날씨처럼 머리 속이 뿌옇게 흐렸다. 따르릉,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안기자 일까? "여보세요?"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여자인 듯했다. 또 새 서비스를 홍보하려는 전화이려니 했다. 이제 집전화로는 설문조사나 이런 전화밖에는 오지 않으나 쉽게 전화를 없앨 수는 없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다급하게 정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하는 대답과 동시에 "지금 당장 세브란스 병원으로 와주세요...저번에 궁금해 하신 여자아이 있잖습니까? 일어났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딸깍~! 뿌옇게 흐리고 혼란스럽던 머리속이 정리되면서 번쩍하고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