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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 건강프로젝트

정관수술 후 아내가 임신했다?!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외래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며칠 전 말쑥하게 생긴 남자 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셨는데,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바지춤을 끌어내리시는 것 아닌가.

 

“환자분, 왜 갑자기!! (^o^)”

“거기가 가렵고, 뭐가 좀 나서요. .

“저… 여긴 이비인후과인데요.^^;”

 

자주는 아니고, 정말 간혹 있는 일이지만, 해마다 한두 번은 꼭 겪는 일이 이비인후과를 비뇨기과로 착각하고 찾아오시는 환자들이다. 누구한테는 상식인 일이 다른 누구에게는 낯설기만 한 게 비단 이뿐이랴. 이제는 이런 일도 이골이 나서, 환자분이 겸연쩍지 않게 옆 비뇨기과로 안내하는 요령까지 숙달했다. 이 정도는 돼야, 진정 이비인후과 전문의라 할 수 있지 않을는지.

 

 그런데 바로 연달아, 아랫도리(?) 사연이 이번에는 내 메일함으로 날아들었다.


 "선생님안녕하세요실은 제가 6개월 전에 정관수술을 받았는데요어제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황당하기도 하고당황이 되기도 하네요집사람도 어리둥절하는 건 마찬가지고요당연히 와이프가 외도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지만제가 못난 탓에 속으로는 불편한 생각도 들고요이게 무슨 일일까요이런 일들이 정말 가능하긴 한 건가요?"

 

약간은 각색을 했지만, 대략 이런 사연이다. 사실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이런 질문이란, 자장면 맛이 일품인 중식당 주방장에게 찾아가, 시원한 열무 국수 마는 법을 묻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정말 가끔은 중식당 주방장이자장면도 좀 더 늘리면 국수가 되지 말입니다.” 하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열무 국수의 비법을 알려 줄 수도 있겠다. 오늘 내 답변도 그쯤이라 생각하고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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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꺼진 고추(?)도 다시 보자.

정관수술 후 부부관계를 갖기 전에 무정자 상태를 확인받았는지가 우선 궁금하다.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지고, 사정 시에 정관을 지나 요도를 통해 바깥으로 분출된다



정관수술이란 그 정관을 잘라서 정자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인데, 수술만으로 바로 씨 없는 수박(?)이 되는 건 아니다. 이미 만들어져 정낭과 정관 속에 남아 있던 정자들은 수술 후 2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또는 15~20회 정도의 사정 사이클이 돌아가는 동안)도 정액 속에서 계속 관찰된다. 그래서 대부분 병원에서는 수술 후 6주 정도에 병원에 다시 내원해서 정액검사를 통해 무정자증을 확인받길 권한다. 문제는 귀찮다는 이유로 상당수의 아저씨가 이 과정을 셀프로 생략한다는 거고.

만약, 사연 주신 분도 셀프서비스에 동참했다면, 당신도 모르게 남아 있던 정자로 인한 임신 가능성도 충분하겠다.

 

 

2. 세상에 100%란 배터리 충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무정자증까지 확인받은 경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관수술 후 피임 성공률이 100%가 되는 건 아니다. 정관수술 후 피임 실패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1]

 

Intraluminal needle cautery (vas not transected, no segment removed): Less than 1 percent

Cautery both ends and fascial interruption: 1.2 percent or less

Cautery (prostatic end) only and fascial interruption (clip): 0.02 to 2.4 percent

Cautery of both ends and excision of a segment: 4.8 percent or less

Ligation and fascial interruption: 16.7 percent or less

Ligation and excision of segment: 1.5 to 29 percent

 

수술 방식에 따라서 적게는 0.02%까지도 보고되지만, 단순히 정관을 자르고 묶는 방법일 경우에는 최대 29%의 피임실패율이 보고되기도 한다. 그러니 정관수술 후 임신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아저씨가 하셔야 할 일은 놀란 아주머니 다독거리는 일부터 되시겠다. 삼신할머니가 우격다짐으로 보내주신 아이니, ‘내 손금에 자식이 하나 더 있었구나!’ 생각하고 감사히 받아들이자.

인디언늑대와 함께 춤을’ 씨(64, 아프리카 거주)의 전언에 따르면, 말년에 뜻하지 않게 얻은 막내찢어진 콘돔’이 가장 효도하더란다. 

그리고 나서 비뇨기과(이비인후과 말고 - -;;)에 찾아가 정액검사를 다시 받아보자. 재검사의 목적은 의심의 뿌리를 뽑아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차후 피임법에 대한 계획을 수정 또는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자.

 

 

Reference:

1. Dassow, P, Bennett, JM. Vasectomy: an update. Am Fam Physician 2006; 74:2069.

2. http://www.koreahealthlog.com/338

 

 

의과학적으로 포스팅을 원하시는 소재가 있으면 jinmedi@hanmail.net으로 사연 보내주세요. 답장을 모두 드리지는 못합니다. 대신 채택된 질문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물론, 사연에 대해서는 시집온 지 다음 달이면 삼십 년 되는 며느리도 모르게 각색해 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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