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서 해철이 형[각주:1]을 만났다. 

작은 선술집에서였다. 

친구들과 돼지껍데기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에 해철이 형이 앉는 게 아닌가. 

정말 반가웠다. 

형, 나 형이 죽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어, 라고 이야기를 건넸더니,

별 실없는 소리를 다 한다며, 그럼 내가 고스트냐고 형이 맞받아쳤다. 

이렇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형이 있어서, 지금 내가 있는 거라고, 앞으로도 그냥 살아만 있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소주나 한 잔 따르란다. 영락없는 해철이 형이다.

그렇게 형과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며 밤새 술을 마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해철이 형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다. 형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 언저리에 남아 있다.

그가 떠난 슬픔이 다시 한 번 복받쳐 올랐다. 팬 한 사람의 마음도 이런데, 가족의 마음은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강 모 원장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생각이 금세 옮아갔다. 

‘이 나쁜….’ 

내가 도와서라도 형의 죽음에 억울한 일이 없게 만들어야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강 원장이 공개된 게시판에 의무기록을 올려 시끄러운 모양이다.

기록에는 의료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형이 무단 퇴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강 원장도 나름대로는 억울한가 보다.

대체 그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쨌거나,

형과 원장의 관계가 좀 더 친밀(서로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연락이 서로 쉬운 관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형이 의사를 믿고, 원장의 퇴원 만류를 좀 더 깊이 생각했다면,

또는

원장도 자의 퇴원했으니 나는 책임 없다는 자세보다 퇴원 후의 상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미치도록 가슴 아픈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잡념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추) 얼마 전 입원 중인 한 환자에게 내 핸드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드렸다.

편도수술 후 출혈이 심해 재입원한 분이다.

의사들은 자신의 연락처를 환자에게 공개하길 무척 꺼린다.

나 또한, 조심스러운 생각에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런 작은 시도가 환자에게 행여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까?

환자들과 페이스북이나 밴드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어떨까.


해철이 형은 떠나면서까지 나에게 대충 살지 말라고,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의 결과를 행동에 옮기는데 주저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1. (신해철 씨와의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과 방송을 들으며 나는 그를 친형보다 가까운 사람처럼 느끼고 살았다. 그런 나의 무의식이 반영된 탓인지, 꿈에서 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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