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유감

2014. 11. 20. 10:42잡담...그 속의 진심



동네 서점을 살리자고 시작한 일에 인터넷 서점의 판매고가 올라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YES24, 알라딘,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터넷 도서 판매 사이트들은 간만에 호황이다. 인터넷 서점들은 이번 호기를 놓칠세라, 90%까지 할인 폭을 높이며 남은 재고들을 모두 정리했다. 마진이 높지 않은 도서의 특성상 정가의 10%에 판매하면 무엇이 남을까 싶겠지만, 이게 바로 ‘떨이의 경제학’이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품은 아무리 싼 가격에 팔아도 판매한 만큼 추가 순익이 발생한다. 인터넷 서점은 이번 장사로 월동 준비를 넉넉히 마쳤다. 


그렇다면 도서정가제가 시행 이후에는 동네 서점들의 판매량이 증가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거다. 이미 몇 달간 읽을 책을 전 국민은 모두 집에 비축해 놓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펜을 놓으신 이외수 선생께서 신작을 낸다면 모를까, 이 겨울 새 책을 구매할 독자가 몇 명이나 남았을까. 동네 서점 사장님들은 어쩌면 이 겨울 직원들과 재고를 태워 언 손을 녹여야 할지도 모른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사람들은 이제 동네 서점을 찾아갈까? 나는 그것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가격이 같아도 현관 앞까지, 그것도 당일 배송을 장담하는 인터넷 서점의 메리트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도서정가제가 도대체 동네 서점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지 전혀 모르겠다.


동네 서점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동네 서점이 하루 둘 사라지자, 읽고 싶은 책을 당장 뛰어가 구매할 수 없었던 기억, 책 표지는 떠들어 보지도 못하고 인터넷 구매했던 책이 욕이 나올 정도로 실망스러웠던 기억을 반추하자. 동네 서점의 위기는 곧 비수도권 모든 지역(당장 달려갈 동네 서점이 없는 지역)의 위기이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기다. 정책적 배려랍시고, 또 하나의 단통법(가격 상향 평준화로 독자를 호갱님으로 만드는)이나 만드는 정부라면, 현재로써는 우리가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주는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