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3. 10:25ㆍ잡담...그 속의 진심
judge me now, #2 in explore by ashley rose, |
토요일 KBS1채널 ‘심야토론’에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슈퍼
판매를 반대하는 측에는 박인춘 씨(대한약사회 상근부회장)와
이범진 씨(강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자리했고, 찬성하는 측에는 이재호 씨(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와 조중근 씨(장안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가 앉았다.
반대
측의 가장 핵심 논리는 안전성이다.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게 될 때 발생하는 약물 과다 복용이나
중독에 따른 위험성을 누가 책임 질 거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논리는 빈약하다. 방송 중 조중근 교수가 언급했던 것처럼 현재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관리하는 상황에서도 약물 과다 복용이나 중독에
따른 안전 시스템은 보잘것없다. 마음만 먹으면 이 약국 저 약국을 돌며 일반의약품을 사모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말이다. 또, 이범진 약학대 교수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반의약품도 그 안전성을 누군가 책임져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면, 차라리 그 약물을 전문의약품으로 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약사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토론은
결국 갈 길을 잃고 하고 싶은 말만 서로 떠드는 상황이 되자, 사회자 왕상한 씨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이야기는 모두 동문서답.
일반의약품
중 일부를 선별해서 국민의 편의를 위해 슈퍼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논의는 너무 안일한 도덕적 논쟁 같아서, 사실
토론 자체가 별로 필요 없어 보인다.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되었으니, 정부는 밀고 나가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게 없는 상황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전국에 약사들밖에 없으니까. (기껏 좀 더 보태야 약사들 가족 정도?) 하지만,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해서 무조건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결정일까?
이렇게 먹나 저렇게 먹나 먹.. by 이쫑꼬 |
약사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약사들은
현재 다수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소득을 일부 반납하라는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거다. 방송 중에 박인춘
씨는 전문의약품 판매를 거의 하지 못하는 동네 약국이라면 현재 소득의 70%가 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시민단체 대표로 나온 조중근 교수는 전체 약 매출에서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20% 선이라는 점을 내세워 70% 소득 감소는 당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마, 20%에서 70% 사이쯤 되겠지.
하지만, 20%가 아니라, 10%라 해도 그렇다. 국민적 편의를 위해서 자신의 소득을 포기할 국민이 전국에 몇 명이나 될까. 대의명분으로
내세울 수는 없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목표고 삶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다수가 편해야 하니, 너희가 손해를 봐라? 자기 월급 아니라고, 참 쉽게도 말한다. 어떤 직종도 이런 강요에 부딪혔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니 집에서 손주 재롱 보며 허허 거릴 연세의 약사님들이 대로 한복판에 나앉아 삭발을 하는 거 아니겠나.
이번
논의는 그래서 결국 밥그릇에 대한 이야기다. 차마 어떤 약사도 대놓고 돈 이야기라 떠들진 못하지만, 결국 밥그릇 문제임을 부정할 약사도 없을 거다. 하지만, 밥그릇 문제니 시답잖다고 폄훼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던가. 나는 오히려 예산 한 푼 없이 국민을 등에 업고 약사를 닦달하는 정부가 밉다.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이런 정책은 이제 정말 신물이 나니까.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된다는 민주주의적 결정론만이 아니라,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는 자본주의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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