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장애진단을 해달라는 환자들

2011. 11. 7. 06:00잡담...그 속의 진심

부제: 김남훈의 원펀치, 허위 장애진단편 단상

 

최근 KBS2에서 방영 중인 호루라기 두 번째 코너 '김남훈의 원펀치'

지난 주 주제는 허위 장애진단과 관련된 내용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중개인을 통해 모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받고

진짜 장애인 대신 여러 혜택을 가로챘다는 고발 내용
 

 

 

. 부끄럽고 슬프고 심란하다.


부끄러운 이유: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니…

 

슬픈 이유:

오죽 먹고 살기 어려웠으면, 의사가 그런 짓을 다 했을까.

 

심란한 이유:

누군가는 허위 진단서로 가스차도 사고 교사임용도 성공했고.

이제 이런 편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공연하게 소문이 났으니

당분간 외래에 진단서 해달라는 사람들 줄을 서겠구먼…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허위 진단서를 꿈꾸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하다 보니 청각장애를 많이 진단하는 편인데

의사는 대부분 척하면 그 속이 보인다.

그런데 이 양반들 생떼를 쓰는 게 장난이 아니다.

정상으로 나온 검사 결과지를 앞에 놓고도 실랑이는 계속된다.

 

“아니, 저는 잘 안 들린다니까요. 저랑 비슷한 친구도 장애진단 받았던데, 어서 해주세요!!”

“검사 결과가 정상이니 어렵겠는데요.”

“틀림없이 잘못 듣는데 검사가 정상이라니요. 그럼 검사기계가 이상한 거군요.”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결과가 정상이면 장애진단은 할 수 없습니다.”

“아니, 검사기계가 이상해서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으면, 선생님 소견을 첨부해서 진단서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저 그러다 쇠고랑 찹니다.”

“그럼, 제 친구는 어떻게 장애진단을 받은 거죠?”

“친구 분께 여쭤보세요.”

“이 병원에서 받았다고 하던데요.”

“그럼 그분하고 함께 오세요.”

“그 친구 요즘 외국에 나가 있는데요.”

“그럼 그분 귀국하면 오세요.”

“아니, 저 당장 차를 아니… 장애진단서가 필요한데요.”

“장애진단서는 필요하다고 떼어 드리는 게 아닙니다.”

“아니, 무슨 의사가 이렇게 빡빡하고 불친절해! 당신이 의사면 다야!!”

 

실제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진단서 관련 업무만 없어도 진료가 지금부터 102배는 즐거워질 것 같은데...


어제 저녁 어느 여고생으로부터 날라온 트윗.
 안녕하세요. 꿈이 의사인 17살 여학생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서 멘션 드리는데요. 시간이 되시면 꼭 답멘션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사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요?

REPLY: 보험금 지급기준에 묶여 의대에서 배운 대로 진료할 수 없을 때 하고요. 소신진료를 하고 과잉진료로 오해를 받을 때가 힘들죠. 하지만, 의사생활 끝판왕은 허위 장애진단 해달라는 환자랑 실랑이 하는 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