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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그 속의 진심/의사가 본 병원이야기

에이즈선별검사 양성!! 그러나 알고보니



출처:http://www.newshankuk.com/news/news_view.asp?articleno=s2008060412042456789



벌써 4년전 이야기다.

방학이 다가오게 되면, 편도선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부분은 학생들일꺼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학생들이 쉬니,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들도 이때 수술을 받으려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편도선수술이지만, 그래도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예약을 잡게 되면, 수술준비에 필요한 기본검사를 시행받게 된다.

기본검사에는 간기능검사와 심전도검사등이 포함되며,
여기에 더해 B형간염검사와 에이즈검사등도 포함된다.

수술을 견딜 몸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와

입원과 수술 중 다른 환자들이나 의료인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질환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이다.

4년전 그날.. 난 난생처음으로 내 담당환자의 에이즈선별검사에서 양성 반응 결과를 보고 받았다.

허걱...

'아니..그 환자 에이즈였던거야???'

학교선생님이시라던 그분의 얼굴에 에이즈공익광고가 오버랩되며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사실, 진료에 감정이 개입되면 절대 안된다. 오진의 시작은 잘못된 감정개입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다보니 이부분이 정말 가장 어렵다.
별의별 해괴한 상상을 다해가며, 그 환자에게 연락을 했다.

"저.... 에이즈 선별검사에서 양성판정이 나왔습니다.
위양성률이 높긴 하지만...
다시한번 병원에 나오셔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놀라는 당사자의 마음이 전해져 겨우 감정의 중립을 되찾으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외래가 열리기 무섭게 사색이 된 환자가 병원에 왔다.

자기는 절대 그럴리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는 환자에게
과거력에 대해 다시 물으며 차팅을 했다.

1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정밀검사 결과가 다가왔다.

결과는 음성!!!

에이즈가 아니란다.
이런 된장!!!
어찌된일이란 말인가..
정확도 99.7% 수준의 선별검사에서 양성이었는데 말이다.
그일이 지나고나서야 알게 된 일이지만, 에이즈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 정밀검사에서 에이즈로 확진되는 경우는
3.9% 정도다. ㅎㄷㄷ

이런 우라질...
그때서야 감정조절에 실패한 나의 부족함을 죽도록 한탄하며,
그 환자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그 1주일동안 그 환자에겐 얼마나 큰 고통의 시간이었을까.
냉탕과 온탕 정도가 아닌,
진짜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가며 다녀온 기분이었을 것이다.
멀쩡한 그 환자에게 너무 큰 맘고생을 시킨 부족한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그 환자는 돌아갔다.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오히려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
..
...

이 이야기는 정말 부끄러운 나의 실수담입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를 조심스렇게 꺼내보는건,
혹시, 에이즈 선별검사에서 양성 보고를 받는 후배 의사분들이나,
연락을 받는 환자분들에게
내가 했던 실수가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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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부터는 통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만 읽자~

에이즈 선별검사 신뢰도는 약 99.7%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진짜 에이즈 환자 100명이 이 검사를 받았을 때 99.7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99.7%라면 무척 정확한 검사지만,
선별질환의 유병률이 무척 낮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황당한 위양성률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약 48,000,000명 정도로 보자.
또한, 우리나라에서 보고되는 한해 에이즈 환자는 2008년 기준 797명이며,
지금까지의 누적 에이즈 환자수는 6,000명을 넘어가고 있고,
보고되지 않은 추정환자까지 감안할 경우, 약 13,000명정도의 에이즈환자가 있으리라 보고 있다.








(2009년 2월 보건복지가정부 통계기준으로, 해마다 증가추세이다.)

우리나라 진단검사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HIV 선별검사 양성예측도 3.9%정도로 보고된바 있다.
    (충처 : http://www.kslm.org/sub/down.php?Year=2009&pagee=345)

(3차 병원에서 시행한 선별검사에 대한 한 연구에서 이보다 훨씬 높은 양성예측률이 보고된 경우가 있긴하다.)

끝으로 내국인 감염경로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이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얼마전 나영이사건으로 사회가 무척 시끄러웠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에서 이용한 에이즈 관련 통계데이터와 그래프 및 표는 2009년 2월10일 보건복지가정부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용하였슴)





집필후기) 2009년 10월 5일 12시15분...

이야기 하나..
부끄러운 이야기이고 해서, 오히려 다음 메인에 뜬 사실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삭제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나, 비슷한 사례를 경험하게 되는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으셨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이미 선별검사에서 양성결과를 이야기들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전해들으시면, 
행여 비슷한 일을 경험하게 될 때 조금 덜 당황하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이야기 둘..
댓글에 우려의 글을 써주신 분들도 계시며, 
그분들의 우려 또한 흘려듣기엔 너무 중요하다 생각되어
위양성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좀더 해보려 합니다.
위양성률을 낮출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양성률을 낮추면 위음성률이 거꾸로 올라가게 됩니다.
즉, 선별검사에서 양성결과를 받는 환자분들 중 음성으로 확진되는 환자분들을 줄이게 되면,
위음성률(진짜 에이즈환자가 선별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받을 확률)이 올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에이즈질환의 특성상 위음성률이 높은 것은 무척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높은 위양성률의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경우는 에이즈가 거의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