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8. 06:47ㆍ온 국민 건강프로젝트
지지난 포스팅에서 알아봤던 것처럼, 진통제 상품별 효과 차이는 그닥 크지 않다. 오히려 개인 감수성에 대한 차이가 약 효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김태희도 예쁘고 손예진도 예쁘지만, 개인의 감수성 차이에 따라 호불호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친구가 효과 없더라는 약이 나에게는 최고의 진통제일 수 있고, 또한 정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그래서 진통제를 선택할 때 타인의 경험이나 효능에 대한 광고문구를 참조하는 건 바보짓이다. 친구 녀석이 강예빈 예쁘다는데, 내가 프러포즈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무턱대고 진통제를 집어 먹을 수 없는 일. 오늘은 일반의약품이기에 본인이 더 잘 알아야 하는 진통제에 따른 흔한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모든 진통제에 있어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바로 위장출혈이다. 아래 그림은 진통제가 통증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중간부터 살펴보면, Alachidonic Acid라는 중간 대사 산물이 염증세포의 Cyclooxygenase-2(이하 COX2)에 의해 분해되면, Prostagrandin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인데. 이 Prostagrandin이 염증 부위를 부어오르게 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모든 진통제는 COX2를 방해함으로써 통증을 줄이고, 염증반응을 억제한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COX2 옆에 Cyclooxygenase-1(이하 COX1)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이 녀석은 위에 존재하는 Cyclooxygenase로써 위점막 세포의 Alachidonic acid를 Prostagrandin으로 대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 위점막의 염증도 줄어들겠네?! 이런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상위 1%의 논리적 인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넓은 우주와 같아, 우리의 단순한 셈이 도통 맞지를 않는다. 같은 성분인 Prostagrandin이 위에서는 위점막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게다.
진통제를 장복하면 속이 쓰린 이유가 여기 있다. 전통적인 진통제들은 COX1, COX2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억제하기 때문에 염증세포에서는 진통 및 소염 효과를 나타내면서 위에서는 위점막을 깎아내리는 역작용이 늘 동반되는 거다.
그렇다면, 진통제에 따른 위장출혈의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자료를 구하지 못해, 미쿡의 자료를 통해 유추해보도록 하자.
표를 살펴보면, 16~44세 나이에서는 2,100명 중 한 명꼴로 위장출혈이 있다니 사실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위장 출혈의 빈도도 올라가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75세 이상이 되면, 110명 중 한 명이 위장출혈을 경험하고 647명 중 한 명은 위장출혈로 말미암아 사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진통제 하나 잘못 먹었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백 분 중 한 분은 피를 토하고 또, 그렇게 피를 토하셨던 여섯 분 중 한 분은 유명을 달리 하셨다는 이야기니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게다.
그렇다면, 진통제 별로 위장출혈의 위험률이 차이가 있을까? 없다면 오늘 이야기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진통제 사이의 효과는 김병만과 이수근의 키재기 수준이지만, 부작용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위장 출혈의 상대적 위험도를 비교한 결과다. 가장 출혈 빈도가 높은 진통제 성분은 Ketorolac임을 알 수 있고, 가장 덜한 녀석은 celecoxib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나머지 약들은 대동소이한 수준. 1
그래서 의사들은 수술 직후 환자에게는 ketorolac 성분의 진통제 처방을 꺼린다. 여러분도 평소 위장 기능에 자신이 없다면, 진통제를 골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만약, 다음 항목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한다면, 진통제 선택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첫 번째: 나이 60세 이상(앞에서 나이에 따른 위험도의 증가를 설명했다.)
두 번째: 위장관 천공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을 때
세 번째: 평소 진통제를 즐겨(?) 먹거나, 스테로이드계열의 약, 항혈전제, 항우울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성분의 항우울제)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네 번째: 해리코박터 파이로리(H. Pylori) 감염증 환자
다섯 번째: 아직도 흡연하세요?
등등이 되시겠다.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진통제를 골라 보시라.
일반의약품 중에서는 Acetaminophen(이하,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이 적당하다.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과 해열작용만 있을 때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생두통이 아니라, 관절염이나 타박상 등으로 상처가 있는 경우라면, 진통제와 함께 Proton pump inhibitor(이하, PPI)계열의 제산제를 함께 복용하는 게 괜춘하다. 또한, Celecoxib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PPI와 Celecoxib은 모두 전문의약품이다). 마지막으로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드시는 진통제보다는 붙이는 파스가 낫겠다. (아직 ‘붙이는 진통제’가 ‘먹는 진통제’보다 실제로 위장출혈이 적은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다들 그럴 거라 예상하고는 있다.)
원래는 진통제의 여러 부작용에 대해 모두 살펴볼 계획이었는데, 쓰다 보니, 글이 주야장천 길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이쯤에서 갈무리하고, 다음 ‘진통제 이야기 3편’에서는 심혈관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 Celecoxib은 위장관 출혈이 적지만, 심혈관 부작용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약이라는 편견은 위험하다. 자세한 내용은 마찬가지로 다음 편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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