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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그 속의 진심

한국에서 1,011억 매출 올린 비만치료제를 떠나보내는 단상

 

다이어트를 해봤거나 하고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약이 있다. 아니 비만 클리닉에 다니고 있다면, 틀림없이 한 번은 처방받았을 약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에서만 1,011억 원 어치나 팔렸으니 말이다. 바로 식욕억제제 내지는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한 시부트라민이다. (제약회사별로 54개의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대표적 상품명으로는 리덕틸, 슬리머, 엔비유, 실크라민 등이 있다.)

A competitor prepares to go in front of judges at a casting call for the second season of the reality television programme Dance Your Ass Off , during which overweight or obese contestants hope to lose weight by dancing, in New York December 18, 2009. As healthcare costs in such heavyweight nations as the United States and heavy-smoking locations as Dundee keep rising, and as governments move to cut huge budget deficits, hundreds of local authorities, employers and health insurers - even the occasional former investment banker - are dabbling with health incentive schemes. The idea is simple: pay people to act now and governments will reap the rewards later in lower healthcare costs. Statistically speaking, people who shun harmful habits are more productive and have less need for expensive hospitals, doctors and medicines. Picture taken December 18, 2009. To match Special Report HEALTH-INCENTIVES/ REUTERS/Finbarr O'Reilly/Files (UNITED KINGDOM - Tags: HEALTH SOCIETY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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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이 출시된 이후로 비만치료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엔 지방흡수억제제인 오르리스타트(제품명: 제니칼)가 대표주자였지만, 평소에 지방 섭취가 많지 않은 비만환자에겐 효과가 적었다. , 그 이외의 비만치료제들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들이어서 지속처방기간이 길어야 3개월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음식에 대한 식욕 자체를 억제 해주고, 2년 지속처방의 안전성까지 인정된 시부트라민의 출현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그랬던 시부트라민이 십 년 천하도 다 못 이루고(국내에선 2001년부터 판매됐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시부트라민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던 애보트사와 유럽의약품청(EMA)이 함께 진행한 연구가 빌미가 되었다. 6년간의 투약 경과를 지켜보니, 당뇨와 심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들의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16%나 더 높더라는 거다.

 

나는 시부트라민을 한 번도 처방해본 적이 없는 의사이니, 이 시점에서 뒷맛이 씁쓸한 건 순전히 식약청의 못난 행보 탓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위 연구결과가 정리되자마자 유럽의약품청에서는 곧바로 시판중지 권고를 내렸다. 그게 올해 1월이다. 우리나라 의료계와 제약계에서도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시부트라민이라는 1,000억대 대어가 죽네사네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니 그때 상황을 대략 짐작할만 하다.

 

그리고 올해 7월 식약청의 결정이 발표되었다. 내용은 조건부 승인. 심혈관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환자에 한해서 처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거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집어삼킨 건 비단 비만환자뿐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렇게 또 큰 파도가 넘실넘실 넘어가고 이젠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그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President Barack Obama gestures to say how he wants to raise the level of science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druing remarks regarding the first ever White House Science Fair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on October 18, 2010. Obama welcomed the winners of a broad range of high school science, technology and math competitions to the White House where he viewed their projects and talked to them about their work.  UPI/Pat Benic Photo via Newscom


그리고 10 8일 미국 FDA의 시부트라민 시장철회 권고가 발표되었다. 이 뉴스로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유럽의약품청보다 왜 9개월이나 늦었냐는 거다. FDA에서는 무얼 했길래, 미국 시민들을 시부트라민의 위험에 유럽 쪽보다 9개월이나 더 노출시켰느냐는 질타다.

 

이쯤 되니, 국내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식약청에서는 13일 급히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참가한 위원들은 전원 찬성으로 시부트라민의 판매중지를 결정한다.

 

나는 우선, 식약청의 선급했던 결정을 탓하기 전에 이것부터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조건부 승인의 근거가 뭐였느냐는 거다. 승인 당시 식약청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유럽에서 진행된 시험에서 치명성이 있는 위험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허가사항대로 투약할 때 부작용의 판단이 없다."

 

결국, 국내에서의 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 시판 후 임상시험) 등의 추가적인 근거는 전혀 없이 유럽 측 시험에 대한 해석만을 다르게 한 것이다. 같은 시험 다른 조치, 동상이몽이라고 해야 옳을까.

 

더 웃긴 건 10 13일의 결정이다. 미국 FDA마저 시판철회 권고를 내리자, 초스피드로 7월의 결정을 번복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이번에도 국내 상황과는 전혀 별개로 미국 FDA 결정을 그대도 답습한 거다. 차라리 그대로 밀고나 나가지. 그러면 명분(의학적 근거를 사회적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은 없어도 소신은 지켰을 것을. (어차피 미국에서도 결정이 계속 유보되었던 것은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환자에 대한 처방은 안전하다고 보는 의사들의 견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

 

물론, 애보트사가 FDA의 결정에 순순히 동의하고 캐나다와 호주에 판매된 분량까지 자진 철수를 시작하는 마당에 소신을 지키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렇다면 다시 원론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옆 나라 의약품청이나 따라 할거면, 우리나라 식약청은 뭐하러 운영하느냔 말이다.

 

국제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된다면, 국내에서도 더 세밀한 임상조사가 이루어졌어야 옳다. 차라리 두 달이나 석 달 뒤에 번복되더라도, 따라 하기가 아닌 자체 임상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 결정이었더라면 이렇게 낯이 뜨겁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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