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4. 06:00ㆍ잡담...그 속의 진심
제가 아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잘 나가던 차가 왕복 8차전 도로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서버린 거죠. 정말 기절초풍했습니다. 시동만 꺼진 게 아닙니다. 아예 주의등도 켜지지 않더군요. 저만큼이나 놀란 건 뒤따라오던 차의 운전자분이었습니다. 앞차가 갑자기 서버렸으니 놀랄 수밖에요. 다행스러운 건 두 차 모두 서행 중이었다는 겁니다. 내려서 보니, 정말 깻잎 세 장 반 정도 차이로 사고를 피했더군요. ^^;
서둘러 보험회사에 견인을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눈 깜짝할 사이에 레커차가 도착했습니다. 제 차를 레커차에 매달고, 저는 레커차 조수석에 올라탔지요. 그리고 기사님과의 두런두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사님이 붙임성이 참 좋으셨습니다. 저도 그리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다 보니, 금세 사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 직업을 물으시더군요.
“정말 큰 일 날 뻔 하셨네요. 무슨 일 하는 분이세요?”
“의사하고 있습니다.”
“에이~ 그럼 좋은 차 좀 타시지, 위험하게 비스토가 뭡니까?”
“비스토가 어때세요. 안전이야 운전하기 나름 아닌가요. 저는 작은 차가 편해서 다음 차도 경차로 바꿀 생각인데요?!”
그때 기사님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저는 레커차 몰아도 퇴근은 그랜저로 합니다.”
(아시겠지만,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
본인 월급에 그랜져 몰고 다닌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자신은 절대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는군요. 일종의 차 보험이라는 거지요. 기사님의 직업 특성상 교통사고 현장에 자주 가다 보니, 작은 차는 누가 줘도 탈 생각이 없어지더라는 겁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사람보다 먼저 찌그러져 줄 차 앞쪽 보닛하고 뒤쪽 트렁크가 필수라고 하더군요. 작은 차가 사고 나면, 119대원보다 레커 기사님이 할 일이 더 많더라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차 안에 있던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 차 치우는 게 더 큰 일이 되는 거죠. 그래서 기사님은 중고긴 해도, 그랜저를 가지고 퇴근하신다는군요.
제 차는 2003년형 비스토입니다. 솔직히 제가 검소하고 근검절약하는 캐릭터라서 작은 차를 모는 건 아니고요. (차 안에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하고 카메라, 낚싯대 값만 합쳐도 비스토 중고 값은 훌쩍 넘으니까요. ^^;) 그저 유독 차에는 욕심이 없는 편이라는 게 정답일 겁니다. 작은 차가 장점도 여러모로 많고요.
직접 타면서 느끼는 경차의 장점
1. 주차가 정말 편합니다. (작은 차는 후방 센서, 후방 카메라 이런 거 전혀 필요 없습니다. 시야 사각도 거의 없죠. 고개만 쫌 내밀면 차 둘레가 다 보이니까요.)
2. 속도위반 카메라가 겁이 나지 않습니다. (좋은 차를 타보면, 너무 금세 과속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경차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대개는 내비게이션의 감속 안내 메시지보다 엔진 소리가 먼저 경고해주니까요. ^^; 요즘 전 아예 내비게이션을 꺼놓고 다닌다는...)
3. 운전 습관이 친절해집니다. (치고 나가야 할 땐, 확실히 치고 나가고, 멈춰야 할 때 또, 확실히 멈춰주는 게 도로 운전의 도 아니겠습니까. 차가 가속력이 약하니까, 아예 양보운전이 습관이 됩니다. 괜히 욕심내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니까요 - -;;)
4. 돈이 적게 듭니다. (이거야 뭐, 다들 아시는 거니까요. 기름값 정말 적게 듭니다. 거의 Empty 상태에서 5만 원짜리 주유상품권으로 기름 넣으며 아직도 몇천 원 돌려줍니다. 톨비도 반값이고요. 주차비도 할인받죠. 세금이며, 보험료 싼 건 이루 말할 것도 없고요.)
요런 재미에 맛 들이면, 큰 차로 옮겨타는 게 정말 쉽지 않죠. 덕분에 평소 친구들이 안전을 생각해서 큰 차 좀 몰라고 하는 이야기는 모두 귓등으로 듣고 흘렸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사님의 이야기는 그렇게 되지가 않네요. 글로 모두 적진 않았지만, 기사님의 현장감 100%, 쌩, 레알 스토리가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아이들도 커가는 데 정말 큰 차로 바꿔 타야 할까요? 에효~ 당분간 고민 좀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1. 동부화제 프로미 강추합니다. 대낮에 큰길에서 견인을 부탁하긴 했지만, 정말 5분도 안 돼서 도착하더군요. 기사님도 친절하시고, 안전한 견인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사님, 쌩유~
추2. 이번 일의 원인은 제너레이터 고장이었습니다. 제가 차는 잘 모르지만, 설명들은 바로는 엔진이 돌아갈 때, 그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시켜주는 장치라는군요. 카센터 사장님이 틀림없이 차가 서기 전에 이상 증상이 있었을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실은 이상 증상이 있었습니다. 라디오가 나오다말다 하더군요. 그래서 라디오 수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건강할 그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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