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애드] 의학전문기자와 의사블로거의 차이는?

2010. 8. 13. 06:00잡담...그 속의 진심




블로깅을 시작한지도 벌써 11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글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매력만 생각하고, 별 다른 고민 없이 덤벼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민은 그 후에 따라왔죠. 처음 몇몇 글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구독자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자연스레 글에 좀 더 맘을 쓰게 되더군요. 주저리 주저리 다양한 얘기 써보려던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건강관련 글들을 주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정기구독자 분들은 구독을 신청할 때 읽었던 맥락의 글들을 지속적으로 기대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Shirley Sherrod is recorded by a camera as she takes part in a Context and Consequences Conversation during the National Association of Black Journalists (NABJ) Annual Convention in San Diego, California July 29, 2010. Sherrod, a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official, made headlines over the past two weeks for her forced resignation from the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after conservative blogger Andrew Breitbart posted video excerpts of Sherrod's address at a March 2010 NAACP event on his website. REUTERS/Mike Blake (UNITED STATES - Tags: POLITICS)




그렇게 몇 달을 열심히 포스팅하다보니, 제가 꼭 의학전문기자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거를 1인 미디어라고 하나보다, 라는 생각도 그때 하게 되었죠. 새로운 건강 뉴스를 발 빠르게 전하려 전 세계의 여러 학회와 건강관련 사이트를 뒤적이고 다녔습니다. 어느덧 제 블로그에는 최신 건강 뉴스가 넘쳐났습니다. 문득 제 블로그를 돌아보니 흡사 기성 언론사의 건강 섹션처럼도 보이더군요.

 


처음으로 의사블로거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의학전문 뉴스야, 기성 언론사에서도 열심히 발행하고 있는데, 굳이 블로거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야할까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블로거의 차별성은 대안 언론의 기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그쯤입니다. 정치 소식을 전해주는 수없이 많은 언론사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정치관련 블로거의 글을 읽는 건 다릅니다. 배후 세력의 검열에서 보다 자유로운 대안 언론적 성격 때문이죠.

 


건강·의학 뉴스에도 같은 공식을 대입해봤습니다. 의사인 의학전문기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포지셔닝은 항상 의사보다는 기자에 가깝습니다. 국민 건강 계몽에 대한 책무보다는 옆 언론사보다 더 이슈가 되는 소식을 더욱 빠르게 전하려합니다. 그런 뉴스는 자극적이고 독자들을 선동하죠. 검증이 마무리 되지 않은 치료법이 최신 치료법으로 둔갑되어 소개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의사블로거 또한, 대안 언론적 위치에
존재 이유가 있을 거라 떠올린 겁니다. 의사블로거 양깡님이 코리아 헬스로그에 연재하는 ‘뉴스 읽어주는 의사’ 코너 또한 비슷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보 비판을 위해서는 기존 뉴스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객관적 정보가 필요합니다. 악성 루머를 잠재우기가 절대 쉽지 않은 건 항상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의외로 의사블로거의 손이 필요한 뉴스는 많았습니다. 문제는 십 수 년 넘게 쌓아온 제 의학적 견해에 상반된다 하더라도, 반박에 필요한 객관적 자료들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그럴 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과학자들의 휴리스틱(체험적 의사결정 방법)이 틀리는 경우도 상당히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 과학은 또 다른 이름의 미신일 뿐입니다. 잠시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의사는 있어도, 완벽한 의사도 없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이기에 연구가 가장 조심스럽고 진척이 느린 학문이 의학입니다. 이견도 많고, 전문가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게 또 의학입니다. 소셜 웹상에서 의심 가는 문제를 발의하고 공개된 토론을 이끄는 게 의사블로거의 또 다른 정체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근거 없는 상술로 이윤을 취한 뒤 금세 사라지는 파렴치들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크라우드소싱의 힘으로 지금의 위키피디아가 만들어진 것처럼, 혼자가 아닌 다수의 지성이 모일 때 상상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리라 믿습니다. 그 한가운데 대중의 1인으로서 저도 함께하려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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