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1. 06:00ㆍ온 국민 건강프로젝트/알레르기 생존가이드
깜신은 변방의 한 의사입니다. 건강한 분들을 미리 만난다면,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밤마다 눈 밑에 물파스 발라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집먼지진드기 척결 필살 지침까지 전달했던, 제가 오늘은 집먼지진드기를 좀 다른 면에서 바라보려 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여러분이 알레르기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Dust mites on a bedsheet by Ethan Hein |
오늘은 현대인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집먼지진드기의 슬픈 사연에 잠시 귀 기울여 보자. 집먼지진드기는 정말 어린 시절 아무 이유 없이 왕따를 당해야만 했던, 못 생긴 동네 바보와 닮은 구석이 있다. 생긴 게 정말 슬프다. 이유를 막론하고 얼굴을 대면하고 나면, 우선은 무섭고, 피하고 싶고, 정나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집먼지진드기는 모기처럼 우리 피를 빠는 것도 아니고, 파리처럼 우리 몸에 침을 바르는 것도 아니다. 또한, 바퀴벌레처럼 우리 음식물을 함께 나눠 먹자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눈에 거슬리는 개미처럼 크지도 않다. 이렇게 우리와 가까이 살면서 이만큼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 벌레가 또 어디 있나.
괴롭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생긴 게 보통이 아니니까 말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시누이 같은 관계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래서 또 사람이고 말이다. 그런데 집먼지진드기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만도 아니다. 어쩌면 집먼지진드기는 커가는 자식을 바라보며,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우리네 부모님과도 닮았다. 항상 사람들을 소리 없이 따라다니면서 뒷정리를 해주는 벌레니까 말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주식이 인설이다. 인설이라는 건, 사람의 피부에서 노화되어 탈락된 죽은 세포 덩어리들을 말한다. 이걸 먹고 사는 게 집먼지진드기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사람 피부에 아직 붙어 있는 인설을 먹지도 않는다. 사실 배가 고플 이유도 없다. 어찌나 먹는 양이 적은 지, 사람 한 명이 하루에 발생하는 비듬 정도면, 수천 마리의 집먼지진드기들이 3개월간 배불리 먹고 산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조용히 동거하며, 우리가 털어낸 비듬을 치워주고 사는 어쩌면 익충인 거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살기 좋아하는 환경에서 이 친구들도 살기를 좋아한다.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번식하기 좋은 조건은 25도 씨 정도의 온도와 80% 정도의 상대습도다.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고 싶은 바로 그 조건이다. 어쩌면 이 절지동물을 창조한 누군가가, 사람 가까운 곳에서 편히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순하디순한 익충과의 관계가 지금처럼 서먹해지게 된 건 사실 사람 탓이다. 괜스레 예민해져서 해롭지도 않은 집먼지진드기에게 거부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이란, 이와 같이 불필요하게 사람의 면역력이 예민해진 결과에 따른 병리학적 증상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사실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도 대부분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그러나 알레르기 환자들의 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나를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에어리언이라도 본 양 기겁을 하며, 방어 시스템을 작동한다. 이 과정이 콧물과 코막힘 그리고 재채기다.
집먼지진드기 항원들이 코를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코를 막고 콧물을 만들어 어떻게든 씻어내고, 또 축축한 점막으로 필터링을 한다. 그래도 밀고 들어온 녀석들은 과감하게 재채기로 또 털어내는 거다. 집먼지진드기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한 편의 시를 떠올릴 법한 꽃향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되기도 하고, 남들은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아무 문제 없는 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 알레르기 치료의 기본 줄기는 과민해진 면역반응을 정상범위로 줄이는 데 집중한다.
오늘은 알레르기질환 전반에 걸친 이해를 돕기 위해, 어쩌면 익충일수 있는 집먼지진드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재미들 있었는지 모르겠다.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글들을 연재해볼까도 싶다. 물론, 반응이 안 좋으면 바로 조기종영이닷. ㅋ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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