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8. 06:00ㆍ온 국민 건강프로젝트/튼튼 육아가이드
제가 요즘 MC를 맡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의사다' 팟빵 홈페이지에 댓글로 올라온 질문입니다.
욱이님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제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열심히 찾아서 정리해봤네요.
혹시 엡스타인 심기형(Epstein's cardiac anomaly) 아이를 두신 부모님들이 계시면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From: 욱이
우선 저는 남매를 둔 아버지 입니다.
나의사 1회부터 매주 기다리며 정주행해왔고, 늘 의학 상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서는 반의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저의 둘째가 엡스타인 기형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데요.
흔하지 않은 병이라 인터넷 상의 정보도 그리 많지 않고, 담당 주치의분께 직설적으로 물어보기엔 와이프가 충격을 받을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심장병 관련 카페에 몇군데를 검색해보면 엡스타인 기형에 대해서 태생기 사망률이 매우 높은 심기형이고, 환자들의 평균수명은 약 20세이며, 약 30%는 10세 전에 사망한다고 합니다. 특히 영아기 때 증상이 발현된 경우에는 예후가 나빠 1/3∼1/2의 환아가 2세 이전에 사망한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아기는 태어나서 바로 발견되어 약2주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받았으나, 특별한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아서 퇴원후 약 3-5개월마다 심전도나 엑스레이등으로 검진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몰론, 엡스타인 기형이라는 상황은 달라진게 없지만 다른 아기들에 비해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똘똘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현재 20개월 여아)
와이프에게는 2돌까지도 특별한 증상도 없고,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만날때마다 건강하게 잘크고 있다고 하시니 평생 조심하면서 살면되고, 심장약 먹으면서 살면되지 않겠냐고 안심을 시켜두고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 살짝 여쭤봤으나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는 병은 아니라고 늘 조심하라시네요)
그 동안은 심장관련 의사분은 안 계신것 같아서 조언을 받고 싶어도 글을 올리지는 않았었는데요.
답답한 마음에 도움을 요청드리고 싶어서 글을 올려봅니다.
1, 제가 궁금한 것은 엡스타인 기형이 상당히 희귀하다 들었는데, 환자들의 평균수명이 20세이고 10세이전 사망이 30%라는게 신빙성 있는 통계인지 궁금하고요.
2, 수술과 같은 치료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3, 현재는 심장기형이 있는 아이인지 모를 정도로 너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특별히 조심하고 있는 것은 없는데 평소 생활상 어떤 점을 조심 해야할까요?
4, 마지막으로 현재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부터 뵈었던 성빈센트 병원 소아과 심장질환 전문의를 주치의로 뵙고 있는데요.
언젠가 수술 해야한다면 , 전문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하여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낫지 않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노력하시는 나의사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올립니다.
엡스타인 심기형은 우심실과 우심실의 삼첨판막에 발생하는 선천적 기형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2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알려 있는데요. 아직 왜 생기는지 이유도 정확히 모르고요. 단지 임신 초기에 리튬(lithium)을 먹은 엄마의 아이들에서 조금 호발한다고 알려진 정도입니다.
엡스타인 심기형에 따른 증상은 무척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요. 태어나자마자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는 심기형의 모양이 워낙 다양해서 그 모양에 따라서 증상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엡스테인 심기형이 있는 아이 220명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있어서 찾아왔는데요.
아직 태아일 때, 그러니까 출산 전 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심초음파 등의 산전 검사를 통해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86%였다고 하고요.
신생아일 때, 청색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74%
유아 때 심부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43%
소아 때 청진상에서 심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63%
그리고 청소년 이후 그러니까 성인까지 포함해서 부정맥이 나타나는 경우가 42%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긍정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신생아일 때 74%를 제외한 26% 아이는 청색증의 증상이 없었다는 거고요.
유아 때 57%는 심부전이 없었다는 거죠.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날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어릴 때 아무 증상이 없었던 엡스타인 심기형 아이가 성인까지 별 탈 없이 잘 자라면, 그중 58%에서는 그 흔한 심부전마저도 없었다는 겁니다. 1
결론은 실제로 많은 엡스타인 심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환자분들이 별다른 증상 없이 운동 잘하면서 오래 잘 산다는 겁니다. 물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분도 계시고, 가끔은 증상이 심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모든 엡스타인 심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수술이 필요하거나, 이 심기형 때문에 단명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자, 이 정도면 1, 2번에 대한 답변은 충분히 된 것 같고요.
3번 질문, 생활상 조심할 점을 물어보셨는데, 청색증 등의 증상이 없으면, 그냥 열심히 뛰어놀게 해주면 됩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수술이 필요하기도 전에 집에서 멀어서 정기 검진받기에도 불편한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시는 건 완전 비추입니다.
아마, 수술하시는 선생님께 가보셔도 일단은 가까운 병원에서 정기 검진받으시다가 수술이 필요하면 그때 다시 오시라고 하실 거에요.
저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질문하신 아버님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이제 걱정 조금 덜어내시고, 행복한 육아 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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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부전은 심장이 제대로 피를 짜주지 못해서, 어느 한순간 심장이 벌렁벌렁 빨리 뛰는 걸 말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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