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0. 22:14ㆍ깜신's Today..
장모님이 많이 편찮으시다.
장모님은 의약분업 전 관절염의 특효약이라며 스테로이드를 퍼주는 약국에 십 년을 넘게 다니셨다.
그 후유증으로 이제는 스테로이드가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신다.
스테로이드가 없으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테로이드 용량을 조금씩 올리다 보면
작은 상처도 낫지 않아,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찬다.
지지난번에는 손가락 한 마디를 절단하셨고,
지난번엔 윗니를 모두 뽑으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장에 고름이 찼다.
2주 넘게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고 조금 호전되는 것 같아 퇴원하신지 일주일.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어제부터 다시 열이 난다.
열이 난다는 건 우리 몸 어딘가에 염증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sign)다.
결국, 오늘 다시 병원에 오셔서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창을 띄워보는데, 결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과가 숫자로만 보일 뿐, 이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 머리에서 해석이 되지 않는다.
다시 입원해서 항생제를 써야 할지,
2주 사이에 2번이나 찍은 CT를 한 번 더 찍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행히 선배인 담당 교수가 내일 CT를 찍어본 뒤 입원할지 결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사위가 의사지만, 장모님 병 앞에서는 그저 속수무책인 보호자일 뿐이다.
병이 무섭다.
쉽게 이길 수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섭다.
그래서 나의 무의식이 내가 배운 의학 지식을 밀어내는 모양이다.
그냥 의학을 모르는 보호자가 되어,
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교수님의 소견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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