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 06:30ㆍ깜신's Today..
지난주, 딸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갔다.
텅 빈 책장들만 남아 있는 어두운 공간.
그 순간 내가 느낀 가슴의 먹먹함이란.
동네 서점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제일 먼저 문을 닫은 곳은
당시 내가 즐겨 읽던 ‘핫뮤직’의 과월호를 반값에 구할 수 있던 중고서점이었다.
이천 원에 전달 잡지의 부록 브로마이드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던 사장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가게 건너에 있던 작은 레코드가게도 묻을 닫았다.
당시에는 그런 변화가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반값 과월호를 구하지 못해 아쉬웠을 뿐.
오프라인 서점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 건
그 후로도 한참의 시간이 흘러, 아마도 4~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문득 인터넷으로 책을 고른다는 게,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어렵구나, 하고 느꼈다.
서른 페이지의 미리보기를 제공하지만,
표지와 목차, 서문을 빼면 본문 몇 페이지 읽고 책을 골라야 하는 셈이다.
인터넷에서 카트에 주워담은 교양서적이 열 권이면,
그중 잘 샀다 싶은 책은 기껏해야 서너 권 정도였다.
전공서적 고르기는 더 어려웠다.
미리보기도 제공하지 않는 책이 많아,
내가 정작 의지할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은 고작 판매량이나 독자평점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서점을 찾기 시작했다.
캘린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두고,
사고 싶은 책을 밑에 적었다.
서둘러 읽고 싶은 마음에 조급증이 나는 날도 있었지만, 꾸욱 참았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서점으로 내달렸다.
한 달 동안 모아놓은 리스트의 책들을 몽땅 한꺼번에 사는 기분이란.
그런데 그 서점마저 문을 닫고 말았다.
하필, 내가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던 사이에 말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문헌 조사 목적 이외의 책을 읽기는 어렵다.
그때 내가 느낀 죄책감은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말려 죽인 화초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 그것이었다.
우리 주위의 서점이 점점 더 사라져간다. 자본주의 경제 논리만 따지자면, 서점 사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어쩌면, 사회의 진화 과정 속에서 결국 추억의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서점이 우리 곁에 계속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도 되어주고,
판매량지수가 아닌, 그저 내 손이 먼저 다가가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서점이 그렇게 계속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덧)
책은 동네 서점에서 삽시다.
이건 국산품을 이용하자는 이야기와는 다른 맥락입니다.
애국심에 기댄 국산품 옹호정잭은 부실한 국내기업을 양산하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는 행위는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투자이며,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을 위한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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