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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 건강프로젝트/알레르기 생존가이드

의사마다 다른 진단, 왜일까요?

Question

[2011/12/23 16:53 질문 내용]


안녕하세요 검색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제 아이에 대해 걱정이 돼서 여쭙고 싶어서요.
제 딸아이가 5세 (만 4세)구요. 두 분의 이비인후과 선생님들과 진료를 받고 있네요. 한 분은 치료 시 비염이라고 하실 때도 있으시고, 축농증이라고 하시고. 다른 한 분은 축농증이라고 하시면서 치료해주십니다. 먼저 분은 보통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 오라고 하시고, 나중 분은 늘 이틀에 한 번 오라고 하시고 약을 하루 더 처방해서 삼일에 간다 함 안된다고 하셔요. 두 분께서 처방하신 약은 좀 달라요 약사님께 여쭤보니 염증이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처방을 하신 거라고 하시네요. 겉으론 같은 증상이거든요. 약물로 꼭 치료를 해야 한다면 항생제가 걱정돼서요. 늘 하루 두 번 먹이던 걸 나중 분은 하루 세 번으로 처방을 주시더라고요. 믿고 투약을 해주곤 있지만, 너무 걱정이 되요. 거의 한 달 항생제를 달고 사는 거 같아요 저희 어릴 적엔 거의 병원을 안 가서 그런 약 자체를 안 먹고 살았는데..이제 갓 5살 아이한테 좀 무리인 게 아닌가요 선생님? 내성은 안 먹이고 드문드문 먹일 때 더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걱정돼 하루 두 번 한 번 이렇게 먹이고 싶은 맘이에요.
아파트 침대 생활을 해서 공기는 좀 건조한 편인데요. 실내 온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 가습기를 틀지 않고 있답니다. 아무튼, 약을 안 먹이는 방법. 완치의 방법이 없을까요. 선생님들이 워낙 바쁘셔서 치료만 하시기 때문에 잘 못 물어보네요. 방법은 건조하게 하지 말고, 따뜻하게 옷을 입히고 등.
진료소는 어디예요 ㅋㅋ 넘 걱정되는 맘에 이렇게 방문해서 여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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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

작년 말에 올라온 질문인데, 답변이 많이 늦었네요.

진료를 받다 보면, 환자 처지에서 가장 난감할 때가
의사 선생님마다 진단이 다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비인후과 환자들이 당혹스러운 경우가 비염과 축농증이죠.

어떤 선생님은 비염이라고 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축농증이라고 하고.


우선, 진단이라고 같아야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죠.
누군가는 오진을 한 건 아닐까에 대해 의심도 들고요.


제가 그 선생님들의 변명 아닌 변명을 대신하자면 이렇습니다.


비염과 축농증은 엄청나게 차이가 큰, 전혀 다른 병이 아닙니다.

비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강(코)의 염증이죠.

축농증은 이름이 괴상망측해서 무서운 병 같지만, 의학용어로는 부비동염입니다. 
 
부비동의 염증’이라는 거죠.

비강와 부비동은 겨우 얇은 뼈 판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져 있는 공간입니다.

더구나, 두 공간은 여러 구멍으로 통해 있죠.


그러니까, 급성 비염이 심해지면 염증이 부비동으로 퍼져서
부비동염(축농증)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만성적으로 비염을 달고 사는 환자들은 비염과 축농증 상태를 오가게 되죠. 환자 입장에서는 비염이나 축농증이나 비루(콧물)와 후비루(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는 증상)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진단을 하는 의사들은 그런 이유로 “비염이다.”, “축농증이다.” 하며 진단이 매번 바뀌는 거고요.



하지만, 이런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 말고도 진단이 다른 까닭이 하나 더 있기는 합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매번 같은 설명을 하는 게 귀찮기도 하거든요.

급성 비염이 심하거나 부비동염이 초기인 경우에는 투약 치료가 대동소이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설명하지 않고 그냥 “축농증이네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비염보다는 축농증이라고 말해야 환자들이 약을 더 잘 챙겨 먹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항생제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하셨는데요.

5살 아이가 아니라, 더 큰애라도 항생제가 사람 몸에 좋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항생제를 의사들이 처방하는 이유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위험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시고 처방받은 항생제는 제시간 맞춰서 꼭 먹이세요. 말씀하신 데로, 항생제 내성은 약을 불규칙하게 먹을 때 가장 호발하니까요. 그리고 한 달이라는 기간은 생각만큼 긴 항생제 처방일수는 아닙니다. 부비동염이 투약치료로 완치가 어려운 단계(만성 부비동염)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은 보통 석 달 이상 항생제 처방을 하고도 낫지 않을 때 하게 되니 말이죠.





제가 휴가 중이어서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포스팅이고 블로그 관리고 모두 내팽개쳐두고 있네요.

그래도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고요.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다음 글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