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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그 속의 진심/의사가 본 병원이야기

막장드라마 방불케하는 현 의료정책


들어가는 글..
현재 연재하고 있는 [의사가 말하는 병원이야기]를 쓰면서,
저는 항상 환자와 의사의 중립에서 모든 일들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노력을 알아주셨는지, 블로그를 시작한지 석달만에 벌써 100만이 가까운 분들이
다녀가시고, 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그중에 어떤 글들은 의료의 소비자인 환자들에겐 환영받는 반면,
의료의 공급자인 동료의사들에겐 배척당했던 글도 있고,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 부재가 현 의료계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한곳에 쌓이게 되면, 필시 염증이 생기고 결국엔 곪아 터지게 되죠.
우린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일간지 정치,사회면을 보면 온통 그런 얘기잖습니까..ㅠ.ㅠ)
그래서 저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있는 현 의료시스템의 작은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누구의 편을 들기 위함도 누구의 영리를 위함도 아닙니다.
여러분도 이글을 읽는 짧은 동안만큼은, 어느 한편이 아닌, 중립의 자리에 서보시는 건 어떨까요..







2010년 의료수가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얼마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은 의료정책에 대해 조금이나마 속내를 알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속상하기 그지없는 뉴스였습니다. 의료수가협상결렬이 어떤 의미인지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은 별 관심없이 지나치셨을 겁니다. 언론에서 또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지나갔으니까요. 얘기가 복잡해지면, 흥미가 반갑되니, 쉽게 정리해보려합니다. 자세한 내용이야 위에 링크한 뉴스를 클릭해서 보셔도 되니까 말입니다.


'의료수가'란 그러니까 병원이 A라는 질병을 치료했을 때, 이에 대해 떳떳하게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이 금액은 의료단체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한번씩 협상테이블에 앉아 버스비인상과 마찬가지로 협상을 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문제는 의료수가협상 테이블에서는 정부의 칼날이 너무 드세다는 겁니다. 올해를 포함해 벌써 3년째 협상이 결렬되고 있습니다. 협상결렬이란, 의사들 요구만큼 못들어주겠으니, 협상은 없던 일로 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수가 인상폭의 결정권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갑니다. 그럼 병원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정부 마음대로 인상폭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진출처: koreamonitor

정부가 이런식으로 의료수가인상을 틀어막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하는 일일까요? 절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종합병원 들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는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깁니다. 오죽하면 병원이 장례식장 운영으로 적자를 충당한다는 얘기가 들리겠습니다. 이미 국공립 대학병원들 경영상의 적신호는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그룹과는 일말의 연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현대그룹을 높게 삽니다. 그 이유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서울아산병원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울아산병원이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서 지출대비 수입이라는 경제논리만을 생각했다면 절대 지을 수 없는 것이 아산병원입니다. 그 돈을 딴 곳에 투자했으면, 적어도 현 아산병원 수입보다는 훌씬 큰 이윤을 챙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렇듯 병원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말아먹은 보험재정의 뒷수습을 의료 공급자인 병원에게 전가하고 있으니, 이런 가관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병원은 앞으로 어떤 대책을 강구하게 될까요. 이 또한,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으니,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쓸 겁니다. 아마 환자1인당 진료시간을 더 줄여 의사 1인당 진료환자수를 늘리려는 노력이 병원 경영자입장에서는 가장 쉬울겁니다. 결국 의료의 질은 갈수록 낮아져 갑니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할 것은, 소독해서 몇번 더 사용하게 되며, 매번 소독해서 써야하는 기구는 2-3번 걸러 한번씩 소독하게 되겠죠.
 
예전에 종합병원의 진료 예약시스템과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의 단축에 대해 썼던 글입니다. 시간이 허락하시면 읽어보세요.
2009/11/03 - [잡담...그 속의 진심] - 불편감만 가중시키는 종합병원 예약시스템 탐구생활 -의사가 말하는 병원이야기-



사진출처 : Neil parekh

우리나라 진료수가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저평가 되어 있다는 부분은 모두들 공감하실 겁니다. 미국보건당국이 우리나라 의료수가를 보면 아마 고개를 갸우뚱 할 겁니다. 도저히 불가능해보이는 수가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미국에 유학가 있는 한국학생들이 간단한 편도선절제술 하나 받을 때도, 한국에 비행기타고 와서 수술받고 돌아가는 게 비용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이 옳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터무니없이 높은 의료수가 때문에, 미국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간단한 수술하나 못 받아보고 죽어나가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오바마가 의료개혁하겠다고 난리치고 있는 겁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게 바꿔나가야 하는게 현 미국 의료정책의 과제죠.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현 과제는 사뭇 다릅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큰 다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른 문제가 있죠. 정부가 적은 예산으로 전국민을 챙기다보니, 의료의 질을 높일 수가 없는 겁니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여론이 조용하면 다'라는 초근시안적 대응으로 의사들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조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국민적 여론형성도 안된 4대강사업에는 몇십조가 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민보건은 언제까지 이렇게 내팽게쳐둘지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현 과제는 적정수가를 찾는 것에서부터가 시작입니다. 낮은 수가만이 정답이라는 짧은 생각에서 어서 벗어나야합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이제는 좀 더 선진화된 진료를 원하고 있음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의사가 상담하고 진찰해주길 원합니다. 검사 결과의 통보가 아닌, 진정한 상담을 원하는 겁니다. 하지만 더이상 의사의 양심에 호소하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은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난으로 의사들이 자살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전에 보도된 바 있는 의사들의 자살관련 뉴스입니다. 워낙에 메시컴에서 관심이 없다보니, 기사화 되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검색창에 '의사 자살'이라고만 처봐도 어렵지 않게 여러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경영난 비관, 의사 자살 ‘도미노’, 원인은?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70319100015057&p=newsis
경영난 비관 40대의사 투신자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2010101013126061001

의사들의 자살 막지 못하는 무능력한...
http://www.koreahealthlog.com/792


이런 상황에서 3년째를 맞는 의료수가협상결렬..
대한민국 의료를 좀 먹고, 의사와 환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은 국민들 편이라며, 초딩스런 편가르기만 일삼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이제는 치떨리게 싫습니다.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 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하듯, 의료일선의 소신진료를 위해 이제는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의사인 제가 하는 이런 이야기는 사실 아무 힘도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귀기울려 주신 여러분들이 공감해주실 때 비로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글과 그림에 깜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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